작가노트
유리는 움직인다. 이것이 유리에 대한 첫인상 이였습니다. 유리는 차가울 때는 고체이지만 고온에서는 액체 와같이 변합니다. 이것을 비결정성 액체라고 합니다. 녹아있는 유리를 처음 본 순간 움직이고 있는 뜨거운 유리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리고 액체에서 고체로 변한 후 빛에 반사되는 표면은 그 어떤 재료에서도 뿜어져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유리만이 가지는 물질의 특징들이 지금까지 유리 작업을 하고 있을 수 있게 만든 가장 큰 동기입니다.
작가로써 유리의 느낌만을 표현하기보다 경험을 통해 느낀 생각이나 발상들을 유리 작품으로 표현하려 부단한 노력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본인의 작품은 본인이 시각적 감각을 통한 개인적 경험과 생각을 관객과 공유, 소통하려 하는 것입니다.
최근 작업으로는 외국생활을 통해 느낀 현대적 인종차별 즉 인종적 선입견이 시각적으로 가장 처음 다가오는 것을 느끼고 그 선입견을 유리작품(기법)을 통해 표현하였습니다. 환경에 의해 모두 외모나 피부색은 다르지만 결국 모든 인간은 하나이며 한 객체라는 개념을 전제로 각각의 다른 인종의 피부사진들을 유리와 결합하여 다인종 피부 인덱스로 표현하였습니다. 또 다른 작업으로는 유리의 물 성적 성질을 이용하여 각기 다른 인종의 얼굴선을 조합하여 지구본의 형태로 조합, 설치하여 지구상의 각기 다른 인종들의 얼굴선들로 이루어져 하나의 지구본 형태 표현하였습니다. 이러한 모든 작업들은 재료의 특징과 특성으로 제한된 부분들을 부각시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서양사회에서 비추어지는 동양인의 경험과 느낌을 모티브로 '유리' 라는 매체로 새로운 조형을 창조하였습니다.